최근 수도권과 대구·경북 등 한반도 전역에 이례적인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로축구 K리그 경기장 관람석에서 온열질환으로 관중이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온 30도와 습도 76%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치러진 서울과 강원의 경기 중 한 관중이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다행히 현장에 배치된 응급 의료진의 신속하고 선제적인 조치 덕분에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최근의 여름철 더위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동남아시아 수준의 높은 습도가 결합된 아열대성 기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습도가 높으면 체온 조절을 위한 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열사병이나 탈수증 등 온열질환의 발생 위험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수만 명의 인파가 밀집하는 축구 경기장과 같은 대형 야외 스포츠 시설은 관중들의 흥분 상태와 복잡한 이동 경로가 더해져 열 스트레스 지수가 일반 도심 거리보다 훨씬 높게 측정된다는 것이 체육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사고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전 대책 수립과 현장 요원들의 일사분란한 대처 능력이었다. 경기 중 비상 상황이 감지되자마자 응급구조 요원들이 신속하게 환자에게 접근해 응급처치를 시행한 뒤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안전하게 귀가 조치한 과정은 스포츠 안전 매뉴얼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 대처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고온다습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예방적 관중 보호 시스템 설계가 시급하다.
구단과 연맹 차원에서는 폭염 특보 발령 시 경기 시작 시간의 유연한 조정, 관람석 내 쿨링포그(물분사) 설비 확충, 무료 식수 공급처 확보 등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안전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 관람객들 역시 여름철 야외 경기 관람 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모자와 선글라스 등을 적극적으로 착용하는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 기후 이변이 일상화된 시대에 스포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안전을 얼마나 완벽하게 담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 (‘기온 30도·습도 76%’ 서울-강원전 관중 실신…응급요원 3명 선제 조치로 안전 귀가 [오!쎈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