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해 온 서민들이 의무 임대 기간 종료 후 발생하는 ‘분양 전환’ 과정에서 퇴거를 거부하며 법적·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20년 장기 임대 제도가 만기를 맞이하면서, 시세 대비 크게 오른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원주민들과 법적 규정에 따라 자산 회수 및 정상 분양을 추진하려는 사업 주체 간의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주거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장기 임대 제도가 어째서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 이토록 극단적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화약고가 되었는가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 당시의 치명적 결함을 지적한다. 오랜 기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 편익을 누려온 임차인들의 입장에서는, 주변 부동산 가격 폭등에 연동되어 급상승한 분양 전환 가격이 사실상 ‘벼랑 끝 퇴거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반면 임대 사업자는 법적 의무 기간을 채운 만큼 적정 가치로 분양하여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시장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갈등은 자산 가치 폭등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투영한다. 임차인들은 거주 기간 동안 발생한 지역 사회의 인프라 발전과 자산 가치 상승의 결실이 고스란히 사업 시행사나 공공기관에만 귀속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거주자에게 과도한 분양 혜택이나 무기한 점유권을 보장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어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대의명분과 사유재산권 및 시장 경제 규칙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분양 전환 방식의 다변화가 검토되어야 한다. 지분 적립형 분양이나 장기 점유권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임대료를 현실화하는 완충 지대 설정 등 상생을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단순히 법적 만료일이 되었으니 나가라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 대처는 영세 임차인들을 장외 투쟁과 고립으로 내몰 뿐이며, 이는 고스란히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20년 싸게 임대 아파트 살았는데 “못 나간다”는 임차인들,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