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여기에 인구 감소와 산업 고령화까지 겹치며 대구 경제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청년 인구의 유출은 도시의 성장 동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구조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구 경제의 재도약은 단기 처방이 아닌, 체질 개선과 전략적 선택에서 시작돼야 한다.
산업 구조 고도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대구는 섬유와 기계, 자동차 부품 등 전통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중심의 산업 모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대구가 강점을 보유한 미래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로봇·물 산업 등은 지역 산업의 신성장 축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산·학·연 클러스터를 정교하게 연결해 연구개발(R&D)과 생산, 실증, 수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등 기존 인프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대학과의 기술 이전 및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지키는 경제’도 중요하다
지역경제의 뿌리는 여전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그러나 최근 소비 위축과 온라인 시장 확대, 임대료 부담 등으로 골목상권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단순한 일회성 지원금을 넘어, 디지털 전환 지원과 브랜딩 강화, 온라인 판로 개척 지원 등 실질적 경쟁력 제고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예컨대 수성못, 김광석길, 서문시장 등 기존 관광 자원을 중심으로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화폐의 활용도를 높여 소비의 역외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역 내 소비가 지역 내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 인재가 돌아오는 도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대구는 청년 순유출 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거·문화·교육 환경 역시 영향을 미친다.
청년 창업 지원을 보다 실질화하고, 초기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재도전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창업 공간 제공을 넘어, 멘토링·투자 연계·판로 지원까지 패키지형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기관과 지역 중견기업의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확대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할 시점이다.
도시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 선택한다. 청년이 살고 싶어야 기업도 모인다.
광역 경제권 연계, 대구경북의 공동 전략
대구 단독의 성장 전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경북과의 산업 연계, 물류망 공유, 관광 자원 공동 개발 등 광역 경제권 전략이 현실적 대안이다.
구미의 반도체·전자 산업, 포항의 철강·이차전지 산업과의 협력은 산업 생태계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구공항 이전과 연계한 물류 인프라 확충 역시 중장기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행정 통합 논의가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둔 실질적 협력 모델이 설계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가 성패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략이 수정되고, 사업이 지연된다면 기업과 투자자는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민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구 경제는 지금 ‘관리의 단계’를 넘어 ‘전환의 단계’에 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회귀적 접근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공격적 전략이 요구된다.
위기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회 또한 분명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과감한 구조 전환이 이뤄질 때 대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남부 경제의 중심축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