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상공인
소규모 HACCP 인증,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대구 소상공인들의 현실적 고충과 기대가 교차한다*
김용남 기자2025년 11월 20일 오전 10:55

식품 위생과 안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소규모 식품 제조·가공업체, 즉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도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야 하는 건 아는데, 시작조차 막막하다”는 하소연이 반복된다.
“시설 기준만 맞추려 해도 수백만~수천만 원”
영세 사업자에겐 너무 큰 장벽
대구 성서산단에서 떡류 제조업을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최근 HACCP 인증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견적서를 받아보고 한숨부터 나왔다.
“작은 공장 하나 운영하는데, 바닥 공사·출입 동선 분리·손세척 시설까지 갖추려면 최소 1000만 원은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제조업체들은 2천만 원도 든다던데… 영세업체에겐 너무 부담이죠.”
실제로 대구시가 최근 실시한 소규모 제조업체 실태조사에서도 **HACCP 준비에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설비 비용 부담’**이라는 응답이 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서·기록 관리도 부담…“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시설을 갖춘 뒤에도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HACCP의 핵심은 ‘기록 관리’다. 원재료 입고부터 생산·포장·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문서로 남아야 한다.
북구의 한 반찬 제조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제품 만드는 시간보다 기록지 작성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원재료 온도, 조리 시간, 보관 온도, 출고 기록 등 체크리스트가 너무 많습니다. 하루에 서류만 20장 넘게 써요. 소규모 업체는 인력이 없는데 이걸 모두 사장이 해야 하죠.”
행정서류 부담에 대한 불만은 제조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전문가 컨설팅 비용도 부담…“지원사업도 경쟁이 너무 치열”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가 컨설팅이 거의 필수다.
하지만 민간 컨설팅 비용은 최소 150만 원, 많게는 300만~500만 원까지 발생한다.
정부·지자체 지원 컨설팅도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다.
대구시의 한 지원사업은 올해 경쟁률이 7:1을 기록했다.
중구에서 소스를 제조하는 박 대표는 “컨설팅 꼭 받고 싶은데, 지원사업 탈락해서 자비로 받자니 부담이 크다”며 “HACCP은 해야 하고, 돈은 없고,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HACCP의 장점은 분명하다
고충은 크지만, HACCP 인증이 가져오는 실질적 이점도 적지 않다.
① 납품처 확대
대형마트·학교급식·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대부분의 구매처가 HACCP 인증을 필수 요건으로 요구한다.
대구 달성군의 한 빵 제조업체는 “HACCP 따고 나서 급식 납품이 가능해져 매출이 2배 뛰었다”고 밝혔다.
② 브랜드 신뢰도 상승
소규모 업체라도 HACCP 인증을 갖추면 브랜드 이미지는 확실히 달라진다.
식품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층에서 ‘신뢰’라는 무형 자산이 생긴다.
③ 위생 관리 체계 확립
기록과 모니터링 과정이 번거롭지만, 결과적으로 사고 예방 효과는 크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처음엔 기록이 귀찮아도,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면 이물질 혼입이나 보관 온도 문제 같은 사고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지원 확대” 한목소리…대구시도 추가 대책 검토
현재 대구시는
소규모 HACCP 시설개선 지원
전문 컨설팅 지원
교육비 지원
위생 검사 도우미 배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크다.
대구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의 고충을 인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사업 예산 확대와 함께 컨설팅 지원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야만 살아남는다”…하지만 “혼자선 어렵다”
식품업 영세 소상공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네, 해야죠. HACCP 없으면 납품처도 없으니까요.
근데 작은 업체 혼자 준비하기엔 벽이 너무 높습니다.”
HACCP 인증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되지만,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문제는 그 과정이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과 단계별 교육·도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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