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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팔공산 3회차—능선 위에서 보이는 ‘대구의 얼굴’

김용남 기자2026년 1월 1일 오전 10:34
국립공원 팔공산 3회차—능선 위에서 보이는 ‘대구의 얼굴’
팔공산 능선에 오르면, 도시가 갑자기 ‘지도’가 된다. 아래로 펼쳐지는 대구분지는 한 덩어리의 생활권이 아니라, 골짜기와 길, 물길과 빛의 방향으로 읽힌다. 그래서 팔공산의 3회차는 사찰도, 전설도 잠시 내려놓고 능선 자체를 걸어야 한다. 산이 ‘대구의 북쪽 병풍’이라 불리는 이유가, 이 위에서는 설명이 아니라 풍경으로 납득된다. 팔공산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2023년 말 국립공원 제23호로 새 이름을 얻었다. ‘승격’은 단지 간판 교체가 아니다. 관리의 기준이 바뀌고, 사람이 몰리면 동선도 바뀐다. 환경부가 소개한 자료에는 팔공산이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며 연간 탐방객이 약 358만 명 수준임을 강조한다. 사람의 발자국이 곧 공원의 성격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날(혹은 이번 회차)의 주인공은 비로봉(1,192.8m)과 그 주변 능선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1,167m), 서봉(1,153m)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팔공산이 대구·군위, 경산, 영천, 칠곡 등 여러 시·군·구 경계에 걸쳐 있다는 사실도, 능선을 따라 걸어보면 ‘행정구역’이 아니라 ‘지형’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팔공산의 최고봉은 한때 “정상인데도 쉽게 못 가는 곳”이었다. 군부대와 통신시설 보호를 이유로 오랜 기간 출입이 통제됐고, 2009년 11월 1일을 전후해 등산로 정비와 함께 제천단 주변 및 연결 구간이 개방됐다는 보도가 남아 있다. 철조망을 걷어내는 ‘퍼포먼스’가 있었다는 기록까지, 이 산의 정상은 자연보다 제도와 시설이 먼저 떠오르는 아이러니를 품는다. 그래서 능선 위 풍경은 늘 두 겹이다. 하나는 바위와 바람, 계절이 바꿔놓는 팔공산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부에 남아 있는 구조물이 보여주는 ‘도시 인프라의 얼굴’이다. 비로봉 정상에 방송·통신 철탑이 다수 설치돼 “흉물” 논란과 이전 요구가 이어져 왔다는 지역 보도도 있다. 운무 위로 솟은 송신탑을 배경으로 아침 햇살이 번지는 장면을 전한 기사도, 팔공산 정상 풍경의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능선을 찾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도시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가 “내가 사는 곳”으로 다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래로 내려다보면 대구는 더 이상 ‘복잡한 생활’이 아니라, 산이 품은 거대한 그릇 안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인다. 국립공원은 자연을 보호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도시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하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된 뒤, ‘더 많은 사람’은 거의 확정된 미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더 많은 사람이 오면, 더 많은 안내가 필요하고, 더 많은 정비가 필요하며, 더 많은 절제가 필요하다. 능선에서 보이는 대구의 얼굴이 맑고 단정하려면, 산의 얼굴도 그래야 한다. 팔공산 3회차의 결론은 그래서 한 문장이다. “조망이 좋아서 지켜야 하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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