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토착 자본의 마지막 보루가 마침내 무너졌다. 대한민국 영남권 유통업계의 산증인이자 대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대구백화점이 창업 80여 년 만에 경영권을 전격 매각하면서 향토 백화점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알렸다. 창업주인 고 구본흥 명예회장이 기초를 닦고 2대 구정모 회장이 이끌어온 대구백화점의 경영권 양도는 한 기업의 퇴장을 넘어 대기업 중심의 중앙 집중식 유통 권력이 지방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해체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이정표다.
대구백화점은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년 중구 삼덕동에서 66㎡ 규모의 소형 상점인 ‘대구상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69년 동성로 본점 개점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지역 최대의 상업 허브로 우뚝 섰다. 서울 대형 유통사들의 무차별적인 공세 속에서도 수십 년간 독자적인 경영망을 유지하며 대구 시민들에게 단순한 쇼핑 공간 이상의 역사적, 문화적 상징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현대백화점과 대구신세계 등 대기업 유통 공룡들이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앞세워 지역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대구백화점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자본력의 격차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에서의 열세는 결국 극복하기 힘든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비단 대구백화점 한 곳의 경영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 그리고 급격히 팽창한 이커머스 시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향토 기업들이 마주한 구조적 생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다. 지역 밀착을 무기로 삼았던 전통적 영업 방식은 수도권 중심의 거대 플랫폼과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유통 대기업의 파상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가업 승계 과정에서 겪은 과도한 세부담과 적절한 시기의 외부 투자 유치 실패 역시 경영권 상실을 가속화한 내부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역 사회가 느끼는 허탈감과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토착 자본의 붕괴는 지역 경제의 내수 순환 구조를 파괴하고 부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이 유지해 온 지역 고용 창출 효과와 지방세 납부 등 순기능이 축소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대구 민생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향토 유통 기업의 마지막 자존심이 침몰한 오늘, 지역 사회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자생적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출처: 대구일보 (‘향토백화점’의 몰락…유통 ‘빅3’에 밀려난 대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