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기묘한 저온 현상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병의원에는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감기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침 증상이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고 호소한다는 사실이다. 콧물이나 열, 몸살 같은 전형적인 감기 증상은 이미 사라졌는데도 유독 마른기침만 몇 주째 지속된다면, 이는 호흡기 질환이 아닌 전혀 뜻밖의 장기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장 속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거꾸로 역류하여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성인 인구의 약 10% 안팎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유병률을 보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소화불량 정도로 치부하고 방치하곤 한다. 위산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목 부위의 성대와 인후두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게 되는데, 이때 우리 몸은 자극물질을 뱉어내기 위해 반사적으로 기침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이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렸다고 오인하여 엉뚱한 감기약이나 진해거담제만 복용하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여름철에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현대인들의 독특한 생활 패턴과 깊은 연관이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차가운 탄산음료나 맥주, 아이스 커피 등의 섭취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늦은 밤 야식을 먹고 바로 눕는 습관이 만연해지기 때문이다. 탄산과 카페인은 식도 하부 괄약근의 조절 기능을 약화시켜 위산의 역류를 조장하며, 취침 직전의 음식물 섭취는 위장 내 압력을 높여 역류 현상을 극대화한다. 게다가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실내외의 극심한 온도 차이는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위장 운동 능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따라서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만성 기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 방식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취침 전 최소 3시간 동안은 음식물 섭취를 금해야 하며,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초콜릿 등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식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또한 평소 상체를 다소 높게 하고 자거나 좌측으로 누워 자는 것도 위산 역류를 방지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단순한 호흡기 증상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약물을 오남용하기보다는, 증상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여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형 처방을 받는 것이 건강한 여름을 나는 지름길이다.
출처: 대구일보 ([진료실에서] 감기약을 먹어도 기침이 낫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