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쏟아진 물폭탄이 경북 북부 산간 지역을 무참히 할퀴고 지나갔다. 안동, 영주, 봉화, 문경, 의성 등 경상북도 북부 전역을 휩쓴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아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지난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임시 주거 단지마저 토사로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시간당 30mm가 넘는 기록적인 야습성 폭우로, 이미 대지가 머금을 수 있는 수분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추가적인 폭우가 예보되어 있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사전 경고와 대비책이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다. 문경시 가은읍의 한 계곡에서는 산악회 회원이 급격히 불어난 거센 물살에 휩쓸려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과 안일한 행정이 결합하여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대형 산불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임시 주택 단지마저 산사태로 유실된 흙더미에 파묻힌 장면은 재난 방지 시스템이 여전히 기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재민들은 자연재해의 연속적인 습격 앞에 복구는커녕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의 양상이 과거의 패턴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정부와 지자체에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성 기후로 변모하면서 국지성 호우의 예측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배수 시설이나 사면 보강 작업만으로는 산간 지역의 붕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방재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다. 특히 경북 북부처럼 급경사지와 계곡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피 매뉴얼과 실시간 위험 감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경상북도는 즉각적인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으나, 추가 강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현장 복구 작업은 사실상 일시 중단된 상태다. 재난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그리고 가장 가혹하게 찾아온다는 엄혹한 사실이 이번 경북 폭우 사태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후약방문식의 대책 수립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근본적인 국토 방재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매년 여름 반복되는 이 눈물겨운 참혹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출처: 대구일보 (경북 북부권 폭우 피해 속출 2명 사망…계속되는 폭우로 복구는 엄두도 못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