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그늘이 짙어지는 대한민국 농촌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복지 예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돌봄의 공백’을 주민들이 직접 메우는 자발적 공동체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의 12개 마을 주민들이 최근 맞이한 초복을 계기로 단순한 절기 음식을 나누는 것을 넘어, 홀로 사는 노인들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안부를 세심히 살피는 공동체 돌봄 행사를 실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독사와 소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뛰어넘는 거시적 의미를 지닌다.
의성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장대리를 비롯해 서변1리, 만리2리, 낙정2리, 서제2리, 후평리, 덕봉리, 중율2리 등 ‘마을자치 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12개 부락에서 일제히 초복 맞이 공동체 행사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홀로 삶을 이어가는 어르신 40여 명과 생활고 및 신체적 불편을 겪는 취약계층 주민 15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목할 점은 관(官)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주민들이 식자재 구입부터 조리, 배달, 그리고 행사 운영 전반을 자율적으로 전담하는 바텀업(Bottom-up) 형태의 복지를 실현했다는 사실이다. 주민 스스로 이웃의 안위를 살피는 ‘안전망’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율이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경북 지역의 위기 돌파구로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 일부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40%를 상회하며, 이로 인한 노인 돌봄 공백과 사회적 단절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복지 서비스는 한정된 재원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의성군의 이번 초복 행사는 ‘근거리 이웃’이 가장 확실한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장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국지적 공동체 돌봄 모델이 지속 가능한 지방자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농촌의 생존은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만 있지 않다.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자발적 연대가 상실된 지역사회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을 매개로 서로의 손을 맞잡은 의성 주민들의 행보는 단순한 온정주의를 넘어, 초고령 사회의 대안적 생존 전략으로서 격조 높은 울림을 주고 있다. 민간 주도의 복지 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초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예산 보조 등 체계적인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출처: 경북일보 (의성 12개 마을, 초복 밥상으로 이웃 안부 살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