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오랜 자존심이자 지역민들의 삶과 궤를 같이해 온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이 결국 창업 80여 년 만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되어 2대째 가업을 이어온 구정모 회장이 경영권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소식은 단순한 한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넘어선다. 이는 대한민국 유통 역사 속에서 ‘지역 토착 자본’의 완전한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자, 중앙 집중식 대기업 자본이 지방 경제를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44년 중구 삼덕동의 작은 점포인 ‘대구상회’로 첫발을 뗀 대백은 한때 대구 동성로의 상징이자 영남 지역 상권의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해 왔던 터라 지역 사회의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학계와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대백의 종말이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일관되게 지적한다. 2000년대 이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서울에 거점을 둔 이른바 유통 ‘빅3’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영남권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가톤급 규모를 자랑하는 신세계 대구점의 등장과 현대백화점의 리뉴얼 등은 대백의 입지를 뿌리째 흔들었다. 글로벌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에서 밀려난 대백은 백화점 본연의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상실하기 시작했으며, 이커머스라는 디지털 전환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동성로 본점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경영 효율화를 꾀했으나 누적된 적자와 부채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본질적으로 대백의 경영권 상실은 지방 경제 생태계 전반에 걸친 ‘도미노 붕괴’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지방에 기반을 둔 대형 유통업체는 현지 농어민, 중소 제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지역 내 부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대기업 유통망이 지역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지방에서 창출된 부가 서울 본사로 송금되는 역외 유출 현상이 가속화되며 결국 지역 상권은 하청 기지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지방 자치단체와 지역 상공회의소가 지역 강소기업들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향토 기업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차가운 시장의 철칙을 방증하고 있다.
출처: 대구일보 ( ‘향토백화점’의 몰락…유통 ‘빅3’에 밀려난 대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