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심가 동성로를 지켜온 마지막 보루이자, 영남 유통업의 상징이었던 대구백화점이 창업 80여 년 만에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 지역 사회와 문화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944년 조그만 ‘대구상회’로 시작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토종 브랜드의 퇴장은 대기업 중심의 중앙집권적 유통 구조가 지역 고유의 삶의 터전을 어떻게 잠식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대구시민들에게 대백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청춘의 약속 장소이자 지역의 정체성이 깃든 문화적 랜드마크였기에 그 씁쓸함은 배가 되고 있다.
이번 경영권 이전의 근본적 원인은 유통 거인들의 무차별적인 지역 공습에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이른바 유통 ‘빅3’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자본력과 글로벌 브랜드 유치력을 앞세워 대구 영토를 잠식해 들어올 때, 향토 백화점이 홀로 버텨내기란 역부족이었다. 대구백화점은 구정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지역 밀착형 마케팅과 주민 친화적 서비스를 무기로 삼았으나,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아울렛과 초대형 복합 쇼핑몰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는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 거점 도시에서 향토 유통 기업들이 겪어온 공통된 비극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번 대백의 매각 비화에서 직시해야 할 점은 지역 경제의 ‘문화적 공동화’ 현상이다. 대형 유통망이 지역 상권을 독점하게 되면서,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 고스란히 서울의 본사로 유입되는 빨대 효과가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유통 대기업의 퇴출은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오랜 협력 네트워크 붕괴와 지역 고유의 소비문화 소멸로 이어진다. 지역 유통 브랜드의 멸종은 결국 대한민국 유통 생태계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문화적 재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향토 기업의 몰락을 방치할 경우 지방 소멸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 경고한다. 이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규제하는 소극적인 정책을 넘어, 지역 기반 기업들이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방 분권형 경제 육성책이 절실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구백화점의 마지막 뒷모습은, 우리에게 지역의 자존심과 문화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출처: 대구일보 (‘향토백화점’의 몰락…유통 ‘빅3’에 밀려난 대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