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국제사회의 규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 역시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고강도 드라이브를 다시금 걸기 시작했다. 오는 9월부터 전국 2만 2000여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 대대적인 다회용컵 사용 확대 정책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남용을 막고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명분은 지극히 타당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속도전으로 치닫는 환경 정책이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을 쥐어짜는 또 다른 규제의 대못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세부 계획에 따르면,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물론 일부 개인 매장까지 아우르는 23개 업체가 플라스틱 감축 동참 선언에 나선다.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 제공을 의무화하고, 개인용 텀블러를 지참하는 소비자에게는 가맹점 자체 할인에 더해 정부의 탄소중립포인트 300원을 융합해 최대 800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아울러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컵홀더 등 기존에 무상으로 손쉽게 제공되던 소모품 역시 고객이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한 기본 제공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매장 운영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그러나 환경적 대의명분의 이면에는 고스란히 영세 소상공인들이 짊어져야 할 비용과 노동력의 부담이라는 가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저가 커피 매장이나 1인 운영 카페의 경우, 다회용컵을 전면 도입하게 되면 세척을 위한 설비 확충과 추가적인 인력 고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물값과 세제 비용, 그리고 위생 관리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노동 비용은 고스란히 마진율 극감으로 이어진다. 대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친환경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하루 수백 잔의 컵을 일일이 세척하고 소독할 여력이 없는 영세 업체들에게는 사실상 알아서 영업을 접으라는 선고나 다름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탑다운 방식의 일방적인 환경 정책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존의 도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영세 매장들이 다회용컵 세척기 등 필수 설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구역별 공동 세척 허브를 구축해 수거와 소독을 대행해 주는 인프라 중심의 행정을 선행해야 한다.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에, 소상공인들이 환경 보호의 파트너로서 지속 가능한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하고 포용적인 상생 해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처: 대구신문 (카페·패스트푸드점에 다시 ‘탈플라스틱’ 바람…텀블러 쓰면 최대 800원 혜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