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우리 사회의 허리이자 미래 소비 동력인 청년층의 경제적 생존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단순히 고가 브랜드나 사치재 소비를 억제하는 고전적 불황기 행태를 넘어, 동료나 친구와의 일상적 교류마저 단절하는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 유지 비용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진 청년 세대의 자발적 고립은 내수 경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무게로 전가되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최근 청년층 6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쓸쓸한 이면을 정밀하게 투영한다. 물가 폭등의 여파로 대인관계 비용에 부담을 느껴 지출을 축소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경제적 압박 속에서 사교 모임의 횟수를 원천적으로 줄이거나, 만남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회성 자리에 비용을 쓰지 않는 극단적인 효율성 위주의 소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거 불황기마다 내수 진작의 불씨 역할을 했던 청년층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지갑을 닫은 것은 유례가 없는 현상으로, 거시경제 전반의 침체 깊이를 가늠케 한다.
소비 절벽의 파고는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대학가와 청년 중심 상권을 사정없이 강타하고 있다. 외식업과 주점업을 영위하는 지역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과 원자재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통상 학기 중이나 주말이면 불을 밝히던 대학가 골목들은 저녁 시간대에도 한산한 기색이 역력하며, 단체 예약은커녕 각자도생식 소액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구 도심에서 요식업을 하는 한 소상공인은 식자재와 인건비는 매달 가파르게 오르는데, 주 고객층인 청년들이 약속을 잡지 않으니 가게 문을 열어둘수록 손해가 누적되는 파산 직전의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청년층의 긴축 경영과 자영업계의 고사는 단순히 개별 경제 주체의 위기를 넘어 지자체 세수 감소와 지역 상권 붕괴라는 구조적 붕괴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에 대한 일시적인 초저금리 대출이나 보조금 지급 같은 일회성 임시방편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실질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과 더불어, 골목상권의 체질을 개선하고 자영업자들의 금융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다각도 정책 패키지가 조속히 작동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출처: 경북일보 (친구 만나기도 부담…고물가에 청년 10명 중 7명 모임비 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