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여명과 함께 거대한 축복 속에서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어느덧 사회의 최일선으로 진입하고 있다. 2000년 대구 지역에서만 3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부모들은 이들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풍요롭고 기회가 넘치는 세상을 누릴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주한 현실은 장밋빛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매일 마주하는 아침은 찬란한 꿈이 아니라, 월세와 차량 할부금, 그리고 끝없이 치솟는 생활비를 정산하는 가혹한 계산서뿐이다.
대구의 한 중소 브랜딩 회사에 재직 중인 2000년생 직장인 배주원 씨의 일상은 지방 청년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손에 쥐는 월급은 190만 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독립과 출퇴근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자립 조건을 갖추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는 버겁기만 하다.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지역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박탈감은 단순한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좋은 일자리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편중되고,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주거비 부담의 이중고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년 세대의 경제적 고립이 출생률 저하와 지역 공동체 해체로 직결되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밀레니엄 베이비들에게 허락된 새천년의 약속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공공 임대주택의 실효성 제고, 지역 중소기업 재직자에 대한 파격적인 정주 여건 지원, 그리고 수도권과의 임금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거시적인 정책 대전환이 시급하다. 더 이상 청년 개인의 희생과 인내만을 강요하는 구시대적 방관은 용납될 수 없으며, 지방 자치와 국가 균형 발전의 성패는 결국 이들의 무거운 영수증을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출처: 대구일보 ([창간 81주년 기획] 밀레니엄 베이비의 무거운 영수증…2000년생 직장인 배주원 씨의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