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역사이자 자존심으로 군림해 온 82년 전통의 향토 유통기업 대구백화점이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서글픈 종착역에 다다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의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과 특별관계인 일가는 세경인베스트 및 아람코리아와 보유 지분 25.82%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 계약은 단순한 대주주 변경을 넘어, 해방 이전부터 대구와 영남권 경제를 지탱해 온 유서 깊은 향토 토착 자본의 상징적 몰락을 뜻한다. 지난 80여 년간 대구 경제의 중심부에서 오너 중심의 밀착 경영을 이어왔던 창업주 일가의 지배력이 사실상 종식을 고하게 된 셈이다.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한 대구백화점은 한때 영남권 유통업의 제왕으로 군림했으나, 2010년대 이후 신세계, 현대, 롯데 등 거대 대기업 유통 공룡들의 대구 진입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특히 대구 도심 공동화 현상과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는 대구백화점의 핵심 동력이었던 동성로 본점의 무기한 휴점 사태를 초래했다. 수차례에 걸친 본점 부지 매각 시도가 무산되고 금융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 속에서, 구 회장 일가는 결국 경영권 포기라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누적된 적자와 부채 비율의 급증이 이번 매각을 앞당긴 결정적 도화선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의 눈길은 이제 새로운 인수자인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가 보여줄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대구의 심장부인 동성로에 위치한 대백 본점 부지의 개발 방향은 대구 도심 전체의 상권 활성화와 밀접하게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와 금융계에서는 새 주인이 본점 부지를 주상복합단지나 대규모 복합상업문화시설로 고밀도 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이는 침체된 대구 도심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 유통 생태계의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 논리에 치우쳐 대구 경제의 역사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대구백화점의 매각 비화는 지방화 시대에 지역 토착 기업들이 처한 혹독한 생존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기업 자본의 전방위적 공세와 인구 유출, 그리고 도심 공동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향토 기업이 독자적으로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냉혹한 현실을 증명한 사례다. 대구백화점의 퇴장은 단순한 한 기업의 소멸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시도민들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정서적 자산의 상실이기도 하다. 대구시 당국과 경제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구 도심 재생의 패러다임을 재점검하고, 외지 자본의 유입이 지역 경제의 건전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처: 대구일보 (82년 향토기업 ‘대구백화점’ 새 주인 맞는다…본점 활용 새 국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