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의 거대한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대규모 재정 투자를 위한 별도의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정·관가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인공지능(AI) 혁신과 첨단 미래산업 육성, 그리고 청년 및 지방 인재 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100조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가 재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국회의 엄격한 심의 통제를 우회하는 이른바 ‘편법 저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야권의 날 선 비판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번 기금 창설 구상의 핵심은 호황기에 거둬들인 초과 세수를 곳간에 쌓아두었다가 향후 경제 불황이나 세수 감소 시기에 유연하게 꺼내어 잠재성장률 방어의 방패로 삼겠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통해 급물살을 탄 해당 법안은 국가 재정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 미래 투자 동력을 선점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치권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정부 임의대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재정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이번 기금 신설이 자칫 정부의 선심성 재정 지출이나 통제 불능의 예외적 금고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며 강력한 저지 투쟁을 예고했다. 국가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이라는 가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조세 수입이 특정 기금으로 일원화될 경우, 예산 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재정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정기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