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가 지난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천396만3600원을 선고하며 정치권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이번 선고는 법률적으로 대단히 복잡하고 민감한 영역이었던 ‘비공식 여론조사의 대가성’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불법의 낙인을 찍은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에 이정표를 세운 판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였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역시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되는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다. 법치주의의 엄중함을 다시금 확인한 결과다.
사법부의 이번 판단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서면 계약서가 부재한 상태에서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행위 자체를 정치자금법상 금지된 기부 행위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비록 직접적인 현금 거래를 증명할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향방을 조율하는 가치 높은 정보 서비스인 여론조사를 대가 없이 영수하고 이를 선거 전략에 활용한 행위는 사실상 불법 자금을 무상 수수한 것과 동일한 성격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온 정치권과 일부 영세 여론조사 기관 간의 이른바 ‘품앗이식’ 조사가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 편의주의에 젖어 있던 캠프 내 관행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이러한 판결이 몰고 올 후폭풍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 생태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대선이나 총선 같은 대규모 선거전에서 후보자들은 자금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인지도 확보를 위해 우호적 언론 매체나 정치 기획자들의 조력에 의존해 왔다. 이번 유죄 판결로 인해 향후 각 캠프는 소위 ‘비공식적 지원’에 극도의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사법적 타격으로 인한 지지층 분열 우려가 감지되는 반면, 야권은 이번 판결을 정권 심판론의 불씨로 삼으려 대대적인 정쟁화에 돌입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특정 정치인에 대한 유·무죄 선고를 넘어, 선거 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안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는 묵직한 과제 역시 한국 정치 사회에 남겨졌다.
사법 개혁과 선거 제도 투명성 제고를 갈망하는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이제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법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실천적인 합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여론조사가 단순한 민의 수렴이 아니라 왜곡된 선동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현 상황을 방치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뼈아픈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투명하지 못한 정치 자금의 흐름을 통제하고 사법 정의를 세우는 길만이 한국 민주주의가 일보 전진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다. 여야 모두 꼼수 정치를 멈추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문화를 확립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출처: 대구신문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김건희 무죄, 윤석열 유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