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근현대사를 함께하며 지역 상권의 맹주로 군림했던 향토 유통기업 대구백화점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의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과 특별관계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25.82%(279만 5천743주)를 투자회사인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에 총 223억 6천594만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해 82년간 이어져 온 창업주 일가의 경영 체제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으며, 지역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대백’ 브랜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방 토착 자본의 한계와 대기업 공세의 결과물
대구백화점의 퇴장은 단순한 한 기업의 매각을 넘어 대기업 중심의 중앙 집권화된 유통망이 지방 골목과 향토 유통 기업을 어떻게 잠식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대백은 신세계, 현대, 롯데 등 거대 유통 공룡들이 대구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쟁 우위를 상실했다. 특히 지난 2021년 본점의 무기한 휴점 결정 이후 회생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누적된 적자와 부채 압박에 시달려 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대백이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과 대형 백화점의 복합쇼핑몰화 전략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뼈아픈 실책이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개발로 연명해야 하는 향토 자산의 딜레마
이번 매각으로 대구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자산 개발’의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인수 주체들이 단순 유통업 유지보다는 동성로 핵심 요지에 위치한 대백 본점 부지를 활용한 주상복합 개발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 등 투자전문회사들은 막대한 부채 해결과 자산가치 극대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용도 변경 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중심의 사업 재편이 대구 도심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투기 자본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결국 지방의 상징적 유통 브랜드가 자본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작금의 현실은 지역 경제의 자생력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대변한다. 한 세기 가까이 대구 시민들의 약속 장소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동성로 대백 본점이 콘크리트 빌딩 숲으로 변모할 처지에 놓인 가운데, 향토 기업의 보존과 지역 경제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정책적 해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출처: 대구일보 ([뉴스 해설] 82년 향토기업 대구백화점의 퇴장…부채 해결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과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