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핵심 외교 및 안보 라인을 지탱하는 보안 방벽이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외교부 산하 국가 인재 양성의 중추인 국립외교원이 해킹 세력의 공격을 받아 외교·안보 분야 핵심 요원 약 1만 명의 신상 정보가 대거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데 이어, 군의 건강과 의료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의무사령부마저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되어 군 장병들의 민감한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치명적인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추 기관들이 연쇄적으로 해킹 세력에 유린당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방위 체계의 근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국가 외교의 전략적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외교원의 서버가 무려 오랜 기간 동안 외부 세력의 감시와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점에 있다. 국가 최고 기밀을 다루는 기관들이 이토록 허술한 사이버 보안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국가 안보 시스템 전반의 고질적인 기강 해이와 무관심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보의 가치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핵심 인력들의 신상 정보와 기밀이 해외 세력이나 불순 단체에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상상조직 하기 버거운 국가적 재앙에 가깝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회성 해킹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합동 조사를 통해 침입 경로를 낱낱이 파악하고, 유출된 정보의 범위를 정확히 규명해야만 추가적인 안보 위협을 차단할 수 있다. 나아가 전 부처와 군 산하 기관의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가의 존립을 떠받치는 안보와 외교의 방패가 이대로 녹슬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당국은 이번 참사를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 환골탈태의 각오로 보안망 재구축에 나서야 마땅하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