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고통받는 농어촌 지역에서 여성농업인의 건강권은 오랫동안 방치된 사각지대였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농사일 속에서 만성적인 관절염과 허리 통증은 이들에게 숙명과도 같은 질병이었다. 하지만 의료시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농촌의 지리적 한계로 인해, 병원을 찾는 일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경북 의성군이 야심 차게 도입한 ‘찾아가는 건강검진’ 사업은 지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실제로 시행 첫해부터 참여율 92%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농업 현장 구석구석에 실질적인 의료 혜택이 스며들고 있음을 입증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농번기 바쁜 일정을 쪼갤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의료진이 직접 마을로 찾아가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 방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방문 진료를 넘어선 체계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일선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는 단발성 이벤트성 진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정기적인 재활 치료 연계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농촌의 근간을 지탱하는 여성농업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