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미래 첨단산업 지형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수조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창출을 기대하며 야심 차게 추진되었던 SK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이 결국 물거품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단지 사업 무산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사업이 좌초되었음에도 대구시가 이를 오랫동안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행정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구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는 집행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회에 따르면 당초 사업 주체인 SK 측이 이미 상당 기간 전에 사업 중단 의사를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는커녕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시민들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의 투명성과 시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행보는 이 같은 기본적 책무마저 저버린 채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글로벌 도시 경쟁 각축전에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디지털 인프라 유치는 지역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유치 실패의 원인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정치적 부담을 모면하기 위해 사실 은폐에 골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투자 유치 무산을 넘어, 대구시 행정 전반의 소통 부재와 책임 회피 성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향후 대구시가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산 경위를 낱낱이 백일하에 드러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행정과 밀실주의로는 더 이상 위기에 처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엄정한 진상 규명과 함께 환골탈태 수준의 행정 쇄신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