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최전선에서 심각한 오버슈팅과 투기적 과열을 경고하는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에 사활을 건 레버리지 및 인버스 금융 상품에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무려 12조 원 넘게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 쏠림 현상은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증시가 미-중 무역 갈등과 거시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변동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타이밍과 겹쳐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펀더멘털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오직 단기 주가 등락에만 베팅하는 초고위험 투자가 대한민국 가계 자산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토록 기형적인 자금 유입의 배경으로 대중적인 ‘FOMO(소외 불안 증후군)’와 반도체 섹터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지목한다. 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붐에 도취된 개인 투자자들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인 레버리지 상품의 무서운 휘발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시장의 방향성이 모호한 횡보장이나 조정 장세에서 2배, 3배의 배율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소위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기초자산이 제자리를 찾아가더라도 원금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미 대선 국면과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전환기를 앞두고 글로벌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요동치는 국면에서 이러한 베팅은 자멸적 선택에 가깝다.
실제 자본시장 내부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이익 증가율 둔화, 즉 ‘피크아웃’ 시그널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수요의 일시적 정체 우려와 주요 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은 발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추세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경고등을 무시한 채 낙폭 과대를 기회로 오판하고 레버리지 매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 머니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피 같은 자금으로 메워주는 전형적인 ‘상투 잡기’ 양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냉혹한 시장의 평가다.
이성과 절제가 결여된 자본시장은 건전한 투자의 장이 아닌 맹목적인 도박판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고배율 레버리지 및 파생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선제적이고 강력한 경보 체계를 작동시켜야 하며,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 판매 여부 역시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투자자 스스로도 시장이 언제나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엄혹한 진실을 자각해야 한다. 12조 원이라는 거대한 투기성 자금의 향방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시장 참여자 모두가 탐욕을 걷어내고 차가운 이성을 되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출처: 조선일보 (‘삼전닉스’ 레버리지에 이미 12조원 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