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소멸을 막겠다며 저출생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이 마주하는 차가운 일터의 현실은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노동권의 사각지대는 비정규직과 여성,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어, 제도의 유명무실함과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구체적인 설문 데이터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46.7%가 육아휴직 사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고용 형태와 성별에 따른 격차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무려 70.2%가 육아휴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정규직들이 누리는 육아 복지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임을 방증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순간 ‘애국자’가 아닌 ‘민폐 직원’으로 낙인찍히거나, 은밀한 퇴사 압박에 시달리는 구시대적 관행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모순의 이면에는 법 제도의 선언적 규정과 실제 노동 현장의 단속 및 처벌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육아휴직 불이익 금지를 외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묘한 불이익과 인사상 차별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행정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을 오롯이 개별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결국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과 노동의 균형을 개별 기업과 노동자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면서, 서로를 갉아먹는 갈등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금성 수당 지원과 같은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이 육아휴직을 장려할 수 있도록 강력한 세제 혜택과 확실한 대체 인력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사법 처리하는 엄정한 법 집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터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눈치 보이지 않는 상식적인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인구 대책도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 생태계의 복원이야말로 대한민국 공동체의 존속을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다.
출처: 경북신문 (직장인 46.7% “육아휴직 자유롭게 못 써”…여성 비정규직 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