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대화를 견인하며 낙동강과 동해안을 따라 번영을 구가했던 경북의 양대 산업 축인 구미와 포항이 인공지능(AI)을 이정표 삼아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여정에 돌입한다. 경북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6년 인공지능 전환(AX) 실증산단 구축사업’ 공모에서 구미국가산업단지와 포항국가산업단지가 나란히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국적으로 단 3곳만 지정된 이번 대형 국책 사업에서 경북이 무려 2곳의 입지를 선점한 것은 지역 제조업의 디지털 고도화 역량과 AX 실증을 향한 강력한 의지가 대외적으로 입증된 결과다.
구미와 포항은 각각 한국 전자 산업과 철강 산업의 산실이자 요람이었으나, 최근 수년간 글로벌 공급망의 급변,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기술 평준화에 따른 추격 등으로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왔다. 이번 사업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총 481억 원의 예산이 집중 투입되어 이러한 노후 산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지능형 공정 관리, 에너지 효율 최적화, 탄소 배출 저감 등 제조 전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밀착 결합하는 이번 실증 사업은 제조 현장의 해묵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최종 성패는 단순한 하드웨어 설비 구축이나 대기업 중심의 선별적 혜택에 머무르지 않고, 산단 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협력업체들까지 아우르는 튼튼한 AX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달렸다. 데이터 보안 문제나 초기 투자 비용 부담으로 인해 선뜻 디지털 전환에 나서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실무형 AI 융합 인재 양성과 지역 내 관련 벤처 스타트업의 자생력 제고 등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경북도가 확보한 이번 AX 실증산단 구축 기회는 침체 기로에 선 지방 제조업의 돌파구를 열어젖힐 천재일우의 기회다. 기술의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현장에 유연하게 접목하고 고도화하는 체계적 거버넌스의 수립이다. 대구와 경북이 첨단 IC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나아가 글로벌 제조업 혁신의 표본을 제시하는 디지털 선도 지역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제조업의 미래는 결국 데이터의 가치 창출 능력에 달려 있으며, 구미와 포항의 이번 도전이 대한민국 산업 역사를 새로 쓰는 분수령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출처: 대구신문 (경북도, 구미·포항 제조 AI 전환 본격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