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복지 사각지대 중 하나로 떠오른 이들이 있다. 바로 고령이나 질병, 장애를 가진 가족을 홀로 간병하느라 자신의 학업과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이른바 ‘영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아동)’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영케어러의 규모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은 제도권 복지의 틈새에 가려져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고립된 아이들을 위해, 대구 지역의 골목상권을 지켜온 영세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사회적 안전망’을 자처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이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간 ‘함께돌봄 우리마을’ 프로젝트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지역 복지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혁신 사례다. 이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촘촘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지역 소상공인 점포를 ‘초능력상점’으로 지정해 아이들의 일상을 밀착 감시하고 보호하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후원금을 기부하는 일회성 복지 사업을 넘어, 소상공인의 물리적 공간과 인적 네트워크를 공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고차원적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대구 동구 혁신동에 위치한 동네책방 ‘정글북’이다. 정글북은 대구 지역 ‘초능력상점 1호점’으로 이름을 올리며 실질적인 아동 보호 활동에 돌입했다. 초능력상점으로 참여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장을 방문하는 아동들의 건강 상태와 표정을 세심히 살피는 ‘일상 안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아동이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전하게 임시 보호하고 전문 복지기관으로 연계하는 ‘긴급 보호’ 기능까지 담당한다. 골목길 곳곳에 자리 잡은 편의점, 책방, 카페 등이 아이들을 지키는 24시간 등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간과 시간을 내어준 대구 소상공인들의 온정은 깊은 울림을 준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 골목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궁극적인 무기는 결국 ‘지역 밀착성’과 ‘인적 신뢰’에 있다. 지자체는 소상공인들의 이러한 자발적 헌신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참여 업소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여 골목상권의 사회적 기여가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와 골목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출처: 대구신문 (아픈 가족 돌보는 아동들 ‘버팀목’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