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유례없는 폭염과 거센 집중호우의 반복은 단순히 도심의 일상을 마비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어촌의 생계 근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해충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북 지역의 대표적 특용작물 재배지에서는 고온다습한 기후 환경을 틈타 각종 곰팡이병이 급속도로 번지며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회성 재해를 넘어, 향후 농축산물 수급 전반에 구조적인 경고등을 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7월과 8월 사이에 절정에 달하는 고온다습한 기후는 식물의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병원균의 증식 속도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안동 등 주요 주산지를 중심으로 탄저병을 비롯한 점무늬병과 흰무늬병 등의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작물의 지상부 생육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다. 이는 농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해당 작물의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켜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부정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분하다.
방역 당국과 지역 농업기술원은 적기 방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농가에 총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으나, 기후변화의 주기가 워낙 짧고 변동성이 커서 근본적인 방어선 구축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기상 이변이 상시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발맞추어, 농업 분야의 재해 대응 시스템 역시 전면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단기적인 약제 살포를 넘어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과 스마트 농업 기반의 정밀 예찰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결국 이번 곰팡이병 확산 사태는 자연재해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국가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농업 인프라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후 약방문식의 보상에 머물지 말고, 기후 위기 최전선에 노출된 농가를 위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