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폭발 및 방화 참사는 이웃 간의 사소한 갈등이 어떻게 끔찍한 인명 피해로 비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 비극적 사건이다.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장 주변은 참혹한 당시의 기억과 트라우마로 깊은 침묵에 휩싸여 있다. 주민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이웃의 비명을 환청처럼 떠올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난 6년 동안 누적되어 온 주민 간의 갈등과 소통 부재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 관리사무소를 둘러싼 이견과 이해관계의 충돌은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행정기관이나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조율할 실효성 있는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했다. 결국 곪을 대로 곪은 감정의 찌꺼기가 극단적인 범죄 행위로 폭발하면서 평화롭던 주거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파탄 나고 말았다.
사건 현장 인근에 마련된 심리 지원 부스에는 이웃의 참혹한 모습을 목격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까지 가벼운 인사를 나누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참혹한 목격자로 갈라선 현실은 공동체 파괴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 사회가 물리적 안전망 구축에만 매몰된 사이, 이웃 간의 심리적 방어선과 신뢰 관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번 경산 방화 참사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우발적 범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한민국 지방 도시의 주거 환경 속에서, 잠재된 갈등을 조기에 포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이웃과의 연대가 사라진 차가운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대각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