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대구·경북 지역의 이차전지 소재 산업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역내 생산 제품을 우대하고 자국산 공급망을 강화하는 보호무역 기조를 본격화하면서, 그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해 온 TK 지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수출 실적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이차전지 소재 수출액은 19억 달러를 상회하며 전년 동기 대비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구가 10억 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경북 역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 뒤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유럽연합의 배터리 규제 강화와 역내 조달 비율 상향 압박은 완성품뿐만 아니라 그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포항과 대구 국가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양극재 및 핵심 부품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온 지역 기업들로서는 현지 직접 투자나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었다. 단순한 완제품 수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지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 기술 고도화와 함께, 현지 규제 장벽을 우회하거나 돌파할 수 있는 정교한 산업 생태계 재구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구제일미디어 김용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