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 질주와 절차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엄중한 헌정사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자유통일당 등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비판은 단순히 정파적 대립을 넘어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인 ‘심의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제22대 전반기 국회에서 법안 제정 및 개정 과정의 필수 절차인 ‘법안 숙려기간’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시킨 법안이 무려 33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과거 국회들과 비교했을 때 사상 유례없는 수치로, 법치주의적 입법 절차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린다.
국회법 제59조가 규정한 법안 숙려기간은 입법부의 과속을 방지하고 법안의 부작용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도입된 민주적 안전장치다.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론과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는 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의 165건, 21대 전반기의 217건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번 330건이라는 수치는 현 다수당의 입법 편의주의와 날림 처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숙의를 거치지 않은 법률은 고스란히 국민의 삶에 규제와 혼란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방통행식 입법이 사법주의의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채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안들은 필연적으로 위헌 시비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결국 사법부의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가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든다. 의회가 합의 형성을 포기하고 헌법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순간, 대의제 민주주의의 권위는 스스로 붕괴하게 된다. 입법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법안의 완성도와 사회적 합의라는 대원칙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입법 기관이며, 법안 하나하나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결된다. 다수당의 입법 전횡은 단기적인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의회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국회법의 숭고한 정신을 존중하고, 상호 존중과 토론을 통한 정상적인 입법 프로세스로 복귀해야 한다. 법 제정의 엄숙함을 되새기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입법부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기관이 아닌, 단지 정파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출처: 대구신문 (자유통일당 “민주당 입법 전횡 심각…숙려기간 어긴 졸속 법안 330건 달해”)

